2009년 06월 21일
사실 여러 이유가 매우 복잡하고 풀 수 없게 엉켜져 있어서 머리 속이 무겁다. 어제는 꿈을 꿨는데 교수님과 면담하는 꿈, 그것도 강력하게 권유하시는 교수님이 등장하기도 했고 동기들이 나 대신 내 목을 조르다가 난 죽은 척을 하고야 말았다. 뭐 꿈이야 워낙 해괴하게 잘 꾸는 나긴 하지만.
아직 논문 한편 못내고 이제 1년 쪼끔 지난 석사가 생각하는 바이지만, 연구라는 것은 연구 주제, 그에 대한 연구자의 열정, 그것을 실현시키는 연구실 분위기, 이 세박자가 얼씨구 좋구나 하고 잘 맞아들어야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겐 뒤쪽 두개가 스스로에게 많이 아쉽다. 연구 주제는 비록 1년의 삽질 끝에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 부족으로) 과제 담당자가 비어있는 (Nayak,,) 관계로 맡아버린 것이지만 공부할 수록, 깨지면 깨질수록 흥미가 생기는 분야다. 아직 오기가 생길 정도로 뜨겁진 않다.
두번째는 연구자의 열정, 이것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리라. 마냥 세계경제 불황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뭔가 결정되고나면 이것을 차차 생기겠지. 일단 적어도 흥미는 느끼고 있으니까.
마지막은 연구실 분위기인데, 우리랩에 있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왜 이런소리를 하는가 싶을지 모르겠다. 우리교수님과 랩 분위기는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 맞다. 맞어. 그래서 내가 싫다는 거다. 랩 분위기야 실험실에서 이어폰 꼽고 술자리 대충 분위기만 맞추면 견딜만 하기도 한데, 교수님의 스타일이 나에겐 좀, 아니 많이 아쉽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기 전엔 우리 교수님도 인근 모교수님처럼 push가 장난 아니였단다. 따라서 연구실 분위기도 굉장히 빡빡하게 돌아갔고.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논문이 나온 상태고 교수님도 부교수 되신지 꾀 되었는데, 당연히 압박도 상당히 줄어든게 사실이다. 워낙에 교수님께서 면전에 대고 까는 스타일(-_-)은 아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압박이 없다는 것, 아니 많이 약하다는 것은 나처럼 게으른 자에겐 독이다. 눈치만 늘고 있다. 좀 더 나를 채찍질해주면서 자극시켰으면 좋겠는데 나 스스로 다짐하고 열심히 하자라고 맘 먹는건 약빨이 고작 1~2주뿐이다. 다분히 나의 욕심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징징대자면 연구 주제가 자꾸 중심을 벗어나가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초창기 반도체 나노구조 물질 합성이나 프로세스 개발, 소자 개발 등이 중심이었는데 한 몇년 논문을 좀 쏟아내다가 요샌 랩미팅때 서로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는 base를 갖게 되었다. 즉, 각각의 하는 연구들이 너무나도 달라 co-work은 커녕 관심조차 갖기 힘들다는 것.
어느정도 교집합, 혹은 관심꺼리가 있어야 적절한 충고와 조언,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텐데 다들 유기적인 움직임에 의한 paper production보다는 각자 살길만 찾는 느낌? 그리고 왜 자꾸 뜨는 에너지분야로만 과제를 찔러넣는건지.. 아직은 그쪽에 집중할 때가 아닌 듯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안타깝다.
쓰고나니 불평만 주르륵 늘어놓은 것밖에 안될지 모르겠지만 한두번 사건사고로 느낀바가 아니기에 글로 남겨본다.
신중해야 했고 지금도 매우 신중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답이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하는가, 아님 틀리더라도 답을 적고 나와야하는가.
# by 고테츠 | 2009/06/21 22:03 | 생각 | 트랙백 | 덧글(1)